나의 소년공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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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소년공 다이어리

나의 소년공 다이어리 : 여섯, 차렷을 못하는 건 내 탓이야

다이어리 여섯,

차렷을 못하는 건 내 탓이야

나는 기념사진 찍는 것을 몹시 싫어합니다기념사진을 찍으며 취하는 멋진 자세는 차렷을 하는 반듯한 모습인데내 팔은 차렷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나의 왼팔은 굽어 있으니까요나는 반팔 옷을 절대로 입지 않습니다아무리 더워도 긴팔 옷을 입습니다대양실업 다니던 시절 프레스에 눌려 팔을 다친 후에 생겨난 습관입니다처음엔 단순한 타박상이라 생각해서 병원에도 가지 않았지만사실은 손목뼈 하나가 부러졌던 것입니다.

어른이라면 그 상태에서 뼈가 자연스럽게 붙었을 겁니다불행히도 저는 한참 성장하는 청소년이어서 팔이 비틀어지말았습니다부러진 뼈가 다른 뼈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것입니다나는 굽은 팔을 숨기려고 한여름에도 긴팔 남방을 입고 다녔습니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건지나중에 다시 공부 시작한다는 게 가능할지팔만 괜찮다면 열심히 해보겠다반팔 입고 다닐 수 있는 날이 언제나 오려는지매일 긴팔 남방 입고 다니는 것이 지겹다남들이 모두 나만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이래서 내가 되는 건지정말 깨끗이 인생을 끝내 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아직도 남아 있다.
– 1980년 7월 29

당시에도 노동법에는 산업 재해를 당한 노동자에 대한 보상 조항이 적혀 있었습니다만정작 노동자인 우리는 그런 법이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습니다특히 이름 없는 소년공에게는 더할 나위가 없었겠지요.

첫 번째 산재를 경험했던 곳은 동마고무입니다사장님은 내게 이게 얼마나 비싼 기계인 줄 아냐면서 모든 게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은 내 탓이라고 했습니다월급을 못 받을까고 걱정이 되어 손을 붕대로 감은 채 보조 일을 했습니다어머니는 매일 도시락을 들고 나를 공장까지 데려다주셨습니다.공장에 가는 동안 거의 말씀을 하지 않으셨는데나는 그저 내 손을 꼭 쥔 어머니 손이 따뜻해서 정말 좋았습니다.

두 번째 산재를 당한 곳은 대양실업이었습니다이땐 정말 억울하게도 산재를 당했는지조차 몰랐습니다한번 프레스에 팔이 끼었다 하면 보통 손가락이 몇 개 잘리거나 손목이 뭉개지는 경우가 흔했습니다사람들은 저더러 정말 운이 좋다고별일 없어서 다행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그래서 병원에 갈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뭔가 잘못되었음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난 후였습니다키가 한꺼번에 15센티가 자라자 팔이 안쪽으로 굽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다른 뼈가 자라날수록 부러져서 자라나지 못하는 뼈가 안겨다 주는 통증은 극심했습니다병원에선 엑스레이를 찍어 봐야 안다고 했지만국민건강보험이 시행되기 전이라 한번 찍어 볼 생각을 하지 못하였습니다나중에 군대 병역 면제를 받게 되면서 비로소 엑스레이를 찍어 보았습니다.

어제 늦게부터 진눈깨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춥기 시작하였다오늘 아침에는 영하 7도나 내려가서 꽤나 추웠다게다가 바람까지 불어서 매우 혼났다아침에 일어나니 팔목이 아파서 회사에 못 나갈 것 같았다회사에 가서 작업 시작하려고 하니 손이 아파서 못 했다그래서 오후엔 조퇴하고 집에 와서 잠 좀 자다가 일어나니 3시 15분이었다
또 좀 자다가 5시 30분에 일어나 밥 먹고 학원에 갔더니 춥다고 보충 수업도 안 했다. 7시에 수업 시작해서 9시에 끝나고 또 내일은 추워서 쉰다고 한다낮에 집에 와서 병원에 팔목 때문에 갔더니 의료 보험 카드가 서울 지구로 되어 있어서 치료도 못 했다낮에 집에 오는데 바람이 몹시 불었다.
– 1980년 1월 30

출처 : https://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6835652&memberNo=1748454&vType=VERTIC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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